여름이면 냉면집마다 줄이 섭니다. 그런데 그 줄이 단골로 남는 집은 따로 있습니다. 저희는 전국 냉면집 100곳의 방문자 리뷰 15만 건을 모아, 어느 집이 다시 오는 손님을 붙잡는지 셌습니다.
별점으로는 안 갈립니다, 재방문은 11배
처음엔 저도 별점을 봤습니다. 별점 높은 집이 단골 많은 집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잘나가는 100곳은 별점이 다 4점대 후반이었습니다. 손님은 웬만하면 별점을 후하게 줍니다. 그래서 별점만으로는 어느 집이 단골을 붙잡는지 도무지 안 갈립니다.
다시 오는지는 다릅니다. 재방문은 손님이 시간과 돈을 들여 발로 증명하는 숫자입니다. 좋다고 말해놓고 다시 안 오는 손님은 많아도, 싫은데 굳이 다시 오는 손님은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별점 대신 재방문을 셌습니다.
다시 가는 집은 분위기가 아니라 육수와 면입니다
재방문이 높은 냉면 맛집의 리뷰를 모아 읽으면 손님이 육수와 면을 말합니다. 국물이 진하다, 면이 쫄깃하다, 그날 뽑은 면 같다. 반대로 첫 방문에서 끝나는 집의 리뷰는 인테리어와 분위기 이야기가 많습니다.
재미있는 건 슴슴한 육수입니다. 같은 슴슴한 맛을 두고 손님이 둘로 갈립니다. 슴슴해서 자꾸 생각난다는 손님은 별점을 높게 주고, 밍밍하다는 손님은 별점을 낮게 줍니다. 냉면집 단골은 결국 이 육수 하나에서 갈립니다.
냉면은 하나가 아닙니다, 물냉면 밀면 진주냉면
냉면이라고 다 같은 냉면이 아니었습니다. 지역마다 손님이 냉면이라고 부르는 게 달랐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은 평양 물냉면을 슴슴함으로 이야기하고, 영남은 밀면을 따로 찾고, 진주는 진주냉면을 씁니다.
그래서 냉면 맛집을 고를 때 남의 동네 기준을 그대로 가져오면 안 맞습니다. 평양 물냉면으로 유명한 집을 밀면 손님에게 권하면 밍밍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손님이 자기 동네에서 어떤 냉면을 냉면이라 부르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냉면집인데 손님은 만두를 말합니다
가장 뜻밖이었던 건 곁들이였습니다. 냉면집 리뷰인데 손님은 냉면만큼 만두를 말했습니다. 수육과 만두가 재방문 리뷰에 자주 등장합니다. 냉면 한 그릇만 파는 집보다 만두와 수육까지 갖춘 집에서 다시 오겠다는 말이 더 많았습니다.
냉면은 계절 음식이라 여름에 몰리고 겨울에 빠집니다. 그 빈자리를 곁들이가 메웁니다. 냉면으로 손님을 부르고 만두로 단골을 남기는 셈입니다.
정리하면 냉면 맛집의 재방문은 목 좋은 자리나 유명세가 아니라 그릇 안에서 갈렸습니다. 육수와 면으로 부르고, 그 지역이 찾는 냉면으로 맞추고, 곁들이로 남깁니다. 별점은 이 차이를 안 보여줍니다. 다시 오는 손님 수만 보여줍니다.